생각 혹은 고민2004/03/28 19:31

홍세화씨를 비롯한 소위 진보진영에서 말하는 계급이니... 하는 개념들은, 글쎄요, 별로 납득되지 않습니다. 이미 각자가 prosumer 가 되어버린 현대에, 그리고 그중에도 그러한 현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IT쪽 종사자이다보니, 아무래도 그들의 주장을 동감하며 느낄 수 없는 듯합니다.

더군다나 민주노동당에 대한 불만이나 우려도 많습니다. 가끔 얘기하는 것 보면 상당히 개념없는 부류도 있고.. (아직도 세상을 반독재 투쟁하는 기분으로 사는 '일부 투쟁사업가'들.. 이들은 반대쪽의 김문수, 이재오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사안이나 공과의 경중을 따지지 못한 채 '나만 옳다!'며 독선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그 결정판인 진중권류의 꼴통들.

노무현 대통령의 말대로 정치인은 '호시우행'하여야합니다. 호랑이처럼 보되, 소처럼 가야 합니다. 호랑이같은 속도로 가면 국가를 통합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라, 가라! 정의가 여기 있는데 왜 더디냐!' 라고 말하는 사람은.. 문제제기자가 될 수는 있어도, 권력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 되어서는 안됩니다.

아마도, 그러한 비현실적인 부분은 몇 가지 이유로 생각이 됩니다. 너무 오랫동안 힘든 투쟁을 해왔고, 이기기보단 져 왔으며, 한 번도 주도권을 가져볼 수 없었던 것들이 그 주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뭐, 더 많이 있겠습니다만은..) 그렇다면 답은 현실적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주도권을 조금이라도 줘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학급에서 반장이 하는 일에 딴지만 걸던 학생 하나에게 특정 행사에 대해 모든 책임을 맡겼을 때, 그간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스스로 돌이키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질적으로 자신들이 하는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직접 볼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현실의 trade-off 를 '직접 느낄 수 있을 때', 그들은 좀 더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진중권류는 뭔가의 변명을 붙이면서 또 다른 어느 극으로 달아날 것입니다.

현실에 참여시켜야 한다. 그것도, 힘이라고 여겨질 수 있을만큼의 숫자를. 그것이 민노당을 지지할까 생각중인 첫번째 이유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않은 정당입니다. 당은 그 당의 진성당원들의 힘에 의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선거에 임해서 후보는 제왕적 보스에 의한 지명, 담합에 의한 나눠먹기가 아닌 당원에 의한 상향식 공천이 원칙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 원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럴만한 대의가 있지 않은 이상은 원칙이 지켜져야 합니다.) 제가 몸담았던 개혁당의 많은 당원들이 열린우리당으로 갔습니다. 또 그곳에서 이러한 정당내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당이 세워진지 얼마 안 되었고, 다른 당에서 옛 관행대로 조직을 운영하던 경험과 관습이 있는 사람들 또한 참여한 정당이기에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그러한 '원칙'이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탄핵사태를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을 위해 열린우리당으로 불나방처럼 날아들고 있습니다. 열린우리당에서 공천만 따면 당선이다, 이런 인식이 퍼진 탓이겠지요. 기본적으로 정당은 폐쇄된 회원제 골프장이 아닌만큼 들어오겠다는 사람 막을 수야 없겠지만, 이들 중 몇몇은 분명 그 내에서 능숙한 정치행위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확보할 것입니다. 그리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열린우리당 당원들의 과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조직이 승승장구 할 때 - 저는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이슈가 없는 이상 열린우리당이 압승한다고 예상하는 쪽입니다 - , 내부의 환부는 잘 드러나지도 않고, 또 드러나도 좋게좋게 묻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메스를 들이대야 하는데, 외부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이겠습니까? 방이 더럽다고 똥걸레로 방을 닦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점에 있어서 민주노동당은 적어도 '선명성'경쟁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모든 당들에 비해 유리합니다. (그것이 비록 독선적 태도라는 부정적인 면도 낳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선명성 경쟁 속에서 정치는 보다 빠른 속도로 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것이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려 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중도좌파의 핵심이 될 수 있을것인가?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좌파와 노동운동이 반드시 결합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만큼 민주노총과 한몸인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이유로 자신들의 영역에 한계를 그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빈 공간에 다른 세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겠지요.

또한 현재 열린우리당의 성격 또한 굉장히 범위가 넓습니다. 중도우파에서 중도좌파까지. 서프라이즈 서영석씨의 말처럼, 열린우리당은 어쩌면 한 번 더 분화할지도 모릅니다. 중도우파와 중도 좌파로. 두 개의 날개로 날아야 제대로 날 수 있다면, 이것이 좋은 구도일 것입니다. (한민자에게 새삼 무슨 희망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임계점을 넘어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숫적 우세'또한 중요할 것입니다.

가장 시스템적으로 잘 되어있었던 개혁당조차 현역의원 2명이라는 한계 때문에 민주당의 결정적 분열을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균열은 가져왔지만요. (물론 그 균열도 예고된 것이고, 내재된 것이 드러난 것 뿐입니다만.) 결국 한나라당 탈당파 독수리 오형제가 나서고 난 뒤에야 (즉, 임계치를 넘는 숫자가 모이고 나서야) 민주당의 분열이 가속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만약, 어느 시점에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서로의 정책적 동질성을 찾아 분리되게 된다면, 그 때 그 분리를 촉진할 수 있을만한 외부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로서 그 외부세력은 민주노동당이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개혁당처럼 의원수 제로, 최종적으로 둘. 이래서는 분리를 촉진할만한 만유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의 중도우파, 중도좌파의 적절한 정립을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의 총선 선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민주노동당 지지의 세 번째 이유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고, 제게 주어진 제한된 정보들을 가지고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판단 자체가 잘 못 되고, 혹은 결과적으로 예상이 빗나가는 등의 문제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도 느꼈고, 이러한 생각은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듣기 위해서 글로 한 번 적어봅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Posted by qweras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