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음모론이냐….

생각 혹은 고민 2007/04/21 13:50

음모론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한다. 상황이 그럴만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음모론은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속성 상, 어떤 일에든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대체로 음모론은 자신의 무지를 나타내는 가장 명확한 방법이다. 달 착륙 음모론이 그렇지 아니한가? 황구라 사건 때의 음모론은 또 어떤가? 학교 다닐 때 과학공부 제대로 안 했다고 스스로 광고하는 꼴, 딱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거기에 나는 '도덕적 가치도 개념도 없어요' 라는 광고도 더해진다.)

음모론은 처음에 간단한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이내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가령, 황우석 사건의 예를 들자. 처음에 국가에서는 그의 연구에 대해 33조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뭐, 정부 지원 연구사업이니 상당히 낙관적으로 발표한 것이지만, 대충 내용을 보면 아주 뻘소리는 아니다. (그 연구가 진짜이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을 유지할 경우에 그렇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리포트이다.) 그런데 그것이 갑자기 33조의 "수익"이 되더니, 어느 날 갑자기 300조가 되어버렸다. 워매. 너도나도 300조라고 하니 이젠 모두가 300조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속성이다. 믿고 싶은 것은 만들어 내서라도 믿는다.

음모란 이런 것이다. 당대에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그 사건의 전모를 기억하는 사람들이야 이것이 이러한 맥락을 가지고 부풀려져 왔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한 몇십년이 지나면 어떨까? 그 시대의 사람들은 현시대 사람들이 남긴 글을 보면서, 대체 뭐가 시작이었는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있을까? 우리가 고서를 뒤지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물론 세상에 음모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음모의 피해자로 지목된 사람이나 단체를 옹호하는 사람을 모두 다 바보라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가령 황우석을 옹호하다가 제대로 수치를 당한 손학규의 경우, 그냥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 피상적 지식 위에서 누군가 물어오자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 것 뿐이고… 이런 것까지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머리에 조금만 납득이 가지 않으면 뭐든 다 음모로 몰아세우고, 그걸 믿으려 하는 이들… 그들 중 존중할만한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을 아직까지 본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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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집착하면 추하다. 게다가 무식하다고 광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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