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블로거의 블로그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왜 신정아만 문제인가
글투가 조금 이상해서 마치 죄지은 자를 더 큰 죄에 비교하고 감싸려 하는 것 같은 오해를 줄 수 있어 보이지만, 그런 의도는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왜 신정아는 문제가 되고 이명박은 문제가 안될까? 그것은 한국이 카스트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계급만 정당하면 무한한 행동의 자유와 권력이 주어지는 곳이다. 반대로, 계급이 정당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부정되는 곳이다.
한국 사회에 공식적인 신분은 없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신분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력이다. 돈이 아니다. 그러나 학문을 숭앙하여 그것이 신분이 된 것은 아니다. 진짜 욕망은 돈에 닿아있고, 학력은 그것을 가져도 좋다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정주영급의 성공을 제외하고는, 학력이 낮은 사람들은 돈이 많아도 그다지 대접받지 못한다. (물론 돈이 무서우므로 면전에서 무시하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많은 부모들은 필사적으로 자식에게 교육비를 부어댄다. 이것은 조선 후기에 신분을 사려던 행태와도 비슷하다.
그리고 이 학력에 결정적으로 세례를 주는 것이 '해외'라는 보증수표이다. 왜냐하면 '해외'라는 보증서는 '영어'를 달고 나타나기 때문인데, 영어야말로 카스트의 정점이다. 영어는 태생적 성골을 나타낸다. 영어가 첨가되지 않은 학력은 마치 벼락부자가 된 촌부가 비싼 양복을 입은 모습마냥 뭔가 짝퉁스러워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삶의 진짜 목표와는 상관 없이 누구나 영어를 배우려고 그렇게 기를 쓰고 덤벼들고, (유일하게 남은 신분상승의 기회니까) 심지어는 자녀의 혀뿌리에 칼을 대기도 한다. (하긴, 신분 상승과 욕구의 무제한적인 실현, 그리고 부러움을 사는 것이 삶의 목표라면, 삶의 목표에 정확히 일치하는 행동이긴 하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신분 하나를 위해 미친듯이 달려가느라 남는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삶의 나머지 영역은 가뭄이 들 수밖에 없다. 예술은 홀로 태어나지 않는다. 가끔 하늘에서 툭 하고 천재를 땅에 내릴 때를 제외하고는, 예술은 보고 자란 환경 안에서 잉태되어 사춘기와 함께 꽃이 핀다. 그러나 그 좋은 시절의 모든 에너지는 신분 상승을 위해 써야 하기 때문에, 몸 안에 내재된 기본적 예술 소양은 척박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척박한 소양과는 상관없이 욕구만은 항상 과잉이기 때문에, 있어보이는 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족한 소양과 허영의 간극에서 버텨내기 위해서는 생산자에 대한 프로파일링을 열심히 해야 한다. 결국, 생산된것이 내게 어떠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가 그것을 생산했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 와인을 대하는, 오디오를 대하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천박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대중은 예술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예술을 생산(?)하는 생산자의 화려한 신분을 소비한다. 그러므로 신분의 위조는 경제로 말하자면 화폐의 위조에 해당하는 중죄가 된다.
이명박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이명박은 적어도 자격증은 가졌기 때문이다. 즉, 게임의 법칙 - 학력이라는 자격증을 바탕으로 무한히 돈을 추구하는 - 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그 신분을 가지고 어떻기 살아야 하느냐라던가,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느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적당히 더러워도 좋다. 왜? "할 수만 있다면 나도 하고 싶다" 는 공범자 의식이 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정아는 게임의 법칙 자체를 어겼다. 그래서 이명박은 괜찮고 신정아는 괜찮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대한민국에는 대체 둘 중 누가 더 위험한 것일까?
우리가 여기서 물어야 할 것은 오히려 "지금 돌아가는 이 미친 게임의 법칙을 대체 어떻게 멈출 것인가" 하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이 게임이 지속되는 이상, 학력 위조는 계속 발생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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