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08/05/26 20:28

합법적인 집회, 평화로운 시위.... 라. 말은 참 그럴싸하다. 그러나 원래 그런 건 관제시위가 아닌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원래 저항권의 성격이 그렇다.

가령, 법으로 '잠실 주경기장 안에서만 집회 가능하고, 낮에만 할 수 있습니다.' 라고 정해뒀다고 치자. 거기 가서 불만 있는 사람들이 데모를 한다. 1만명, 3만명, 5만명... 당연히 그 데모하는 사람들이 반대하는 대상은 아쉬울 게 없다. 처음에는 언론에서 몇 번 다뤄줄지 모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일기예보 하듯 '오늘은 몇 명 모였습니다.' 하고 말 게다. 그러므로 그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야 할 이유도 없으며, 그들과 대화하려는 시도를 할 필요도 없다. (합법이라는 틀은 그래서 힘있는 자들의 도구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힘없는 사람들은 법이 정한 경계선을 넘으려 할 수밖에 없다. 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평화적인 촛불시위가 16회를 넘기는 동안, 2메가 정부는 이들과 전혀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 기만적인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것을 빼고는.

정부라는 것은 국민의 삶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공권력이라는 것 또한 이를 위해 국민이 정부에게 맡겼기 때문에 정당화된 힘이다. 이것이 국민의 삶과 주권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싸워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은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그래서 데모는 그 절차가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문제 이상으로 그 문제제기 자체가 정당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중요하다. 사실, 대체로 후자가 더 중요하다. 4.19가 혁명이고, 5.18이 항쟁인 근거는 그 때 시위대가 돌을 던졌냐 던지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그들이 맞서 싸운 대상이 철권통치를 자행하는 독재정권이었다는 데 있다.

적극적으로 폭력을 옹호해서는 안되지만, 국민들의 저항 앞에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정부 앞에 국민들이 점점 분노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당하다. 그리고 그런 분노는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물리적인 힘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 길을 막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쳐도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를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과 개발 이익을 위한 그린벨트 철폐 문제를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정당성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데모는 똑같은 데모, 불법은 똑같은 불법이라는 유치한 논리를 내세운다. 이들이 진심이라면 역사에 대한 자신의 무지몽매함을 자랑하는 것이고, 진심이 아니라면 자신들도 먹는 시늉만 하다가 남길 쇠고기를 남들더러 먹으라는 뉴라이트 의사연합이나 똑같은 것들인 셈이다.

그러나 가장 슬픈 역사의 아이러니는, 이러한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투쟁의 결과로 얻어진 자유와 권리, 특히 투쟁의 권리는 가장 먼저 이 투쟁을 비난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앞서 언급한 그린벨트 철폐 같은) 써먹는다는 것이다.

Posted by Glorid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