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2008/06/01 23:51
어떤 블로거 한 분이 그걸 매우 헷갈리는 듯하다. 발끈 하셔서 '오지마!' 라고 하셔서 문맥과 상관 없이 내 블로그에 글을 써야할 듯하다. ㅎㅎ;

1. 물론 인류 역사 속에서 국가라는, 혹은 그에 유사한 체제가 성립된 건 매우 오래된 일이지만, 국가라는 게 '원래'존재하는 건 아니다. 또한 그것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느냐에 대한 현대적 정의는 그 존재보다도 역사가 더 짧다.

현재 내가 속한 '국가'는 존중해야 할 대상이지만(사람에 따라서는 이조차 아닐 수도 있다), '정권'이 '국가'는 아니다. 당연히 국가는 존중해도 정권은 존중하지 않는 일은 가능하다. 교회와 기독교는 존중하지만 목사는 싫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이러한 사실들을 이해하고 무리없이 받아들이지만, 간혹 유감스럽게도, 이게 미분화된 사람들도 있다. 권력자와 조직을 (심지어는 사상까지도) 동일시하는.

민주주의의 절차는 민주주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종종 한 사회가 가진 절차는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는 입법활동 등을 통해서 이것을 바로잡는 것이 옳지만, 구조 자체가 그것을 거부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흔하게 생긴다. 그래서 현대 민주국가는 기본적으로 권력을 3개로 분리를 시키지만, 이조차도 사실 '운영하는 이들'이 서로 밀접한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립의 본래 취지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설사 아무리 좋은 법이 존재해도 법은 결국 해석의 여지가 있고, 이에 따라 얼마든지 이익을 공유하는자들의 카르텔 속에서 피해자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할 여지가 없게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민주국가는 저항권을 폭넓게 인정한다. 그리고 현재의 집시법 자체가 헌법이 허용하는 국민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하고 있는, 소위 말하는 '악법'이다. (악법도 법이다 같은 쉰소리는 이제 좀 안 나올 때도 되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은 중요한 개인적 삶의, 그리고 사회의 원칙이다. 그러나 실은 이것보다는 좀 더 복잡하다. 항상 '크기'의 문제가 개입되는데, 여기서 계산 잘 못 들어가면  '윤봉길은 폭탄테러범' '김구는 테러 사주 배후' 라는 식의 안드로메다 개념특급 논리가 나온다.

물론, 어떤 사안에 대해 이것이 저항권을 발동해 시위를 할 사안인가, 그렇지 않은 사안인가에 대한 관념은 각자 다를 수 있다. 이 글은 다만 '저항권'자체가 '준법'시위와 충돌할 수 있고, 정도의 문제지만 현 촛불시위와 같은 상황은 '저항권'이 우선인 상황으로 볼 수 있음을 주장하기 위한 글이다.

2.
그럼 지금이 87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항권을 발동할 당위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인가? 이에 대한 고민은 좀 더 조심스럽다.

선진국이 뭐 하나를 짓는데는 몇년씩 (경우에 따라서는 몇십년씩) 사회적 대화를 하는 게, 그들이 무능하거나 멍청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합의 절차,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실현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이것을 무시하고 넘어가지 않는다.

당선 이래로 이명박 정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슈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피로감을 호소할정도로. 그러나 이에 대한 모든 반대 여론은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 회사는 그래도 될지 몰라도, (회사도 그렇게 하면 잘 안굴러간다. 이명박은 사실 현대건설도 말아먹었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 정책의 수요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무엇을 받아들이는지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행동을 했다. 그러다가 터져나온 것이 쇠고기 협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쇠고기 협상이 가지는 어처구니 없는 양태는 속속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정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사실 쇠고기 협상은 발화점일 뿐, 그것이 이번 촛불시위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다. 시위를 참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는 '국민 주권'에 관한 문제고, 주권의 주체에 대한 통치권자의 소통의 문제이다. 광우병도 광우병이지만, 소통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 이러한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그들을 광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한 시민이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 내내 FTA에 민영화에.. 그때마다 다 나올 수 없으니 이번에 나온거다" 라고 (정확하지는 않음) 말했다. 소통이 단절된 구조가 가져올 파국을 이미 다들 몸으로 예감한 것이다.

주권재민의 구현, 그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이것을 망가뜨린 정부는 아무리 합법적 권력을 동원해 저항하는 사람들을 누르려고 해도 이미 그 자체로 불법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촛불집회라는 저항권 발동은 정당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현 정권은 박/전/노 같은 지독한 형태의 독재정권은 아니다. 그러나 87년 이후 무려 20년이 넘게 흘렀다. 국민이 요구하는 민주화 역량의 정도도 올라가는 것이 당연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는 87년 이후에도 국민들의 의사를 좀 더 현실감있게 반영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소홀히했다(집시법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결과 불만은 계속 잉태되었고, 그것이 폭발하여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면 오히려 무리한 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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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뭐, 블로그가 개인적으로 싸우자고 열어놓은 공간은 아니지만, 그 블로거분, 좀 많이 유감이다. 충분히 공격적인 리플을 달았다가 (나도 좀 감정적인 상태로)거기에 반박글을 달면 원 리플을 고치고는 점잖은체 하며 내 태도를 공격.... 아, 정말. 억울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지금 다시 검토해보니 앞서 단 리플들에도 수정을 가하셨다.
어지간하면 쓰기전에 고치던가, 썼으면 책임감을 가지시던가 하시면 좋았을것을. 비공개 댓글로 좋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도 인정은 커녕....
리플 달고 스샷이라도 떠야 하나... 그렇게 막장으로 안 살아와서 그런 짓은 익숙치가 않은데...
Posted by Glorid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