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영어가 뭐 어때서
분류없음 2009/11/24 11:17방송을 보면서, 안되는 영어로 쩔쩔매는 그들을 보며 확실히 안쓰럽긴 했지만, 그게 부끄럽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게 왜 부끄러워야 하는 건지 잘 이해할 수 없다. 무시당해서? 어느 곳에나 불친절한 사람은 있고, 그 나라 말을 잘 못하면 그런 반응쯤은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무시는 무시를 한 사람이 문제이지, 무시를 당한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만약 촬영 장소가 뉴욕이 아니고 대충 뭐 이라크 바그다드(그냥 문득 떠오른 곳이 바그다드였다. 바그다드에 별 감정은 없다.;; )쯤이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아랍어 몇 마디 하지 못해 쩔쩔매는 모습과, 이라크 방송에 나가서 되지 않는 아랍어로 김치, 불고기 어쩌고 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부끄럽게 보였을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아마 아니지 않을까.
부끄러움은 자신의 시선을 투사한 결과이다. 그 부끄러움을 느낀 사람 자체가 (대놓고, 혹은 은연중에) 미국, 그리고 영어에 대해 열등감을 품고 있다는 얘기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그 열등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렌지네 어륀쥐네 하는 논란이 뉴스를 타는 세태만 보아도 분명히 드러난다. 영어가 실용적 의미를 넘어선 '신분' 코드이며 그것이 전달하는 의미보다 어떻게 보여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원이 아닌 곳에서, 영어 외의 다른 외국어에 대해 발음이 구리다고 서로 민망해하는 일을 보기란 쉽지 않다. 중국어 한 두 마디쯤은 누구나 들어서 주워 섬기면서도, 그 황당한 발음이 부끄럽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낯섦을 즐긴다. 영어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아웃카스트임을 들킬까봐 혀에 버터를 바르려고 필사적이다.
그런 자신의 열등감을 드러나게 한 사람들이 잘못인걸까. 차마 보일까 두려운 흉터처럼 필사적으로 숨겨두고 누가 언급이라도 할세라 전전긍긍 하면서 지내야 하는 걸까. 그리다가 혹여라도 누가 건드리면 버럭 화를 내야 하는 그런 문제일까.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거기서 느껴진 불편함에서 발견해야 하는 건, 자신이 묵시적으로 영어에 권위를 부여하고, 그것으로부터 부정당할까봐 벌벌 떨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두려움의 근간에 뭐가 있는지, 좀 더 생각해볼 일이 아닐까.
